하루를 소중하게

전 세계에 있는 소수민족을 소개 합니다

  • 2025. 4. 27.

    by. Seize.

    목차

      전통 음악은 기억이다: 소리로 전해지는 역사와 정체성

      소수민족의 전통 음악은 단순한 예술 표현이 아닙니다. 그것은 세대를 이어온 역사와 신념, 자연과의 관계, 공동체의 감정을 소리로 기록한 문화의 언어입니다. 문자 기록이 부족하거나 구술 중심의 문화를 유지해 온 소수민족들에게 음악은 정보의 저장고이자 전승 수단으로 기능해 왔습니다. 민요, 제례음악, 노동요, 자장가, 성인식 노래, 치유 음악 등은 각기 다른 맥락 속에서 사용되며, 그 안에는 언어, 리듬, 악기, 몸짓, 의식적 행동이 어우러져 공동체의 삶을 구성합니다. 예를 들어 티베트의 불교의식 음악은 징과 나팔 소리, 독특한 성악을 통해 수행과 명상을 돕는 수단이자 신과 소통하는 매개이며, 북미 나바호족의 전통 노래는 질병을 치유하고 자연의 질서를 회복하는 신성한 의식으로 활용됩니다. 이처럼 소수민족 음악은 단순한 예술 장르가 아닌, 살아 있는 문화 체계이며, 정체성의 핵심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음악은 공동체 구성원 사이의 유대감을 강화하고, 외부인과의 구분을 가능케 하며, 세대 간의 문화 전수를 부드럽고 효과적으로 가능하게 하는 공동체 유지의 도구입니다.

       

      소수민족의 전통 음악과 악기

      전통 악기: 지역 생태와 정신세계가 깃든 창조물

      소수민족 전통 음악의 또 다른 핵심은 바로 고유한 전통 악기입니다. 전통 악기는 자연에서 얻을 수 있는 재료—동물 뼈, 가죽, 대나무, 나무, 돌, 껍질 등—를 활용하여 만들어지며, 이 재료 선택과 제작 방식 자체에 해당 민족의 생태 지식과 정신세계가 그대로 녹아 있습니다. 예를 들어 몽골의 ‘마두금’은 말의 꼬리털로 현을 만들고 말의 얼굴을 장식한 악기로, 말과 유목생활의 중요성을 상징합니다. 연주 방식 또한 복식창법(호미, throat singing)과 결합되어 몽골 대초원의 울림과 유목민의 세계관을 반영합니다. 또 아프리카의 ‘칼림바’(엄지 피아노)는 손가락으로 튕겨 연주하는 악기지만, 그 조율 방식은 지역별로 다르며 조상과의 대화, 영혼 치유, 자연의 소리 모방이라는 신비적 기능도 수행합니다. 아마존 열대우림 부족은 나무를 깎아 만든 플루트를 사용하며, 그 안에는 동물의 영혼을 담는다고 믿습니다. 일본 홋카이도의 아이누족은 ‘무쿠리’라는 입으로 부는 소형 현악기를 통해 바람 소리나 물소리를 재현하며, 자연에 대한 경외심을 표현합니다. 이처럼 전통 악기는 단지 소리를 내는 도구를 넘어서, 공동체가 자연과 관계 맺는 방식을 구체적으로 구현한 문화의 물질적 상징입니다.

       

      의식과 일상의 경계에서 울리는 음악의 힘

      소수민족의 음악은 특정한 공간과 시간 속에서만 울려 퍼지는 것이 아니라, 의식과 일상, 신성과 세속, 공동체와 개인 사이의 경계를 유연하게 넘나드는 실천입니다. 어떤 민족은 전통 음악을 제례나 축제 같은 ‘특별한 순간’에만 사용하는 반면, 어떤 민족은 삶의 모든 순간에 음악을 끌어들여 정서적·사회적 기능을 수행합니다. 예를 들어 인도 북동부 미조람의 부족은 노동 중에도 리듬을 만들어 노래를 부르고, 이는 협업을 유도하며 피로를 줄이는 역할을 합니다. 또 라틴아메리카 안데스 지역의 케추아족은 농사를 시작하기 전과 끝낸 후에 전통 플루트 ‘시쿠’를 연주하며 대지와 하늘의 신에게 감사의 뜻을 전하는 의식을 수행합니다. 음악은 단지 소리로 끝나지 않고, 춤, 복식, 공간 연출과 결합된 복합적 행위로 나타나며, 이를 통해 공동체는 자신들의 세계관과 규범을 재현합니다. 특히 성인식이나 혼례, 장례와 같은 통과의례에서는 음악이 공동체의 규범과 정체성을 강화하는 매개로 기능합니다. 또한 이러한 전통 음악은 구술적 문화에서 언어보다 더 강력한 기억의 도구로 작용하며, 역사적 사건이나 신화, 영웅 이야기를 노래로 전하는 ‘구연시가’로도 활용됩니다. 이는 곧 음악이 공동체 기억의 보관소임을 보여주는 것이며, 그 문화의 심장을 상징합니다.

       

      음악 유산의 보존과 재창조: 디지털 시대의 새로운 길

      현대화와 산업화는 많은 소수민족의 전통 음악과 악기를 주변화시켰습니다. 도시화, 교육 제도의 변화, 서구 대중음악의 보급 등은 젊은 세대가 전통 음악에 관심을 가지기 어렵게 만들었고, 악기 제작 기술이나 연주법의 단절이 속속 보고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와 동시에 전통 음악을 다시 부활시키고 세계와 연결하려는 새로운 흐름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일부 공동체는 전통 음악을 보존하기 위해 디지털 기록 프로젝트와 영상 콘텐츠 제작, 음원 발매, 교육용 앱 개발 등을 시도하고 있으며, 유네스코와 각국 정부도 전통 음악의 무형문화유산 등재와 아카이빙을 적극 지원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케냐의 마사이족 전통 노래는 유튜브를 통해 전 세계에 소개되었고, 사미족의 '요이크(joik)'는 핀란드 대중음악과 접목되어 새로운 장르로 재창조되고 있습니다. 또한 한국에서는 제주 해녀의 노동요가 무형문화재로 지정되어 공연과 교육 자료로 활용되고 있고, 베트남에서는 민속악기 연주자가 SNS를 통해 일상을 공유하며 전통 음악에 대한 관심을 확산시키고 있습니다. 전통 음악은 단순한 보존 대상이 아니라, 현대적 창작의 토대이자 문화다양성 시대의 창조적 자산으로 인식되고 있으며, 음악을 통해 공동체는 과거를 기억하고, 현재를 살아가며, 미래를 꿈꾸는 창조적 행위를 이어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