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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 성장을 위한 경영학의 조직관리론에 대하여

  • 2025. 3. 23.

    by. Seize.

    목차

      ◆ 한국 조직문화 속 정(情)의 개념과 뿌리

      ‘정(情)’은 한국 사회와 조직 문화의 깊은 뿌리를 형성하는 고유한 정서적 개념으로, 인간 관계 중심의 사회에서 상호 간의 정서적 유대, 배려, 공감, 의리 등을 포괄하는 문화적 요소이다. 정은 가족을 중심으로 형성된 유교적 문화와 공동체주의적 사고방식 속에서 자연스럽게 발달해 왔으며, 개인보다 집단을 우선시하는 한국 사회에서 조직 내에서도 중요한 작용을 한다. 특히 상사와 부하, 동료 간의 관계에서 정은 단순한 업무적 연결을 넘어 인간적인 관계와 감정적 소속감을 형성하는 주요 요인으로 작용한다.

      정 문화는 공식적인 제도나 규범을 넘어서는 관계의 끈으로서, 조직 내 신뢰와 협력의 기반이 되기도 한다. 예를 들어, 오랜 기간 함께 일한 동료 간에는 암묵적인 이해와 지원이 자연스럽게 이뤄지며, 상사는 부하 직원의 실수를 감싸거나 개인적 어려움을 배려하기도 한다. 이러한 정 문화는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비공식적' 조직 운영을 가능케 하며, 구성원들의 유대감과 팀워크를 촉진하는 긍정적인 효과를 낳을 수 있다. 하지만 동시에 이 문화는 공식적인 룰이나 절차보다 관계 중심의 판단을 중시하게 만들며, 그로 인해 여러 부작용도 초래할 수 있다.

      정 문화가 조직에 미치는 영향

      ◆ 정 문화의 긍정적 영향: 조직 응집력과 충성심 강화

      정이 강한 조직에서는 구성원들 간의 유대감이 깊어져 협업과 상호 지원이 활발해지는 경향이 있다. 정은 단순한 인간적인 감정을 넘어, 위기 상황에서 서로를 보호하고 돕는 ‘보이지 않는 안전망’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상사와 부하 간 정이 깊을 경우, 명시적 보상이 없어도 구성원은 상사의 기대에 부응하고자 자발적으로 노력하며, 이는 조직의 충성도와 몰입도를 높이는 효과를 가져온다.

      정은 또한 조직 내 위기나 갈등 상황에서 갈등의 급격한 표면화를 방지하고 조율의 여지를 제공한다. 조직이 구조조정을 겪거나 내부 갈등이 발생했을 때, 정을 기반으로 한 관계가 최소한의 소통 채널을 유지하게 하며, 이를 통해 조직은 보다 부드럽게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 특히 정은 상명하달의 위계 속에서도 하급자의 실수를 포용하거나, 인간적 관계를 바탕으로 불만을 누그러뜨리는 역할을 한다. 이는 외부 환경 변화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조직의 회복탄력성을 높이는 데 기여한다.

      또한 정은 장기근속을 장려하고 구성원 간 신뢰 기반을 강화한다. 조직 내에서 정을 기반으로 형성된 관계는 단기적 성과보다 장기적 관계 유지에 초점을 맞추기 때문에, 상대방의 잠재력을 믿고 기다리는 문화가 형성되며, 이는 인재 유출을 막고 조직의 지속 가능성을 높이는 데에도 도움을 준다.

       

      ◆ 정 문화의 부정적 영향: 비합리성과 불공정성의 그림자

      그러나 정 문화가 항상 긍정적인 방향으로만 작용하는 것은 아니다. 지나친 정 문화는 조직의 합리성과 공정성을 저해할 수 있으며, 결과적으로 조직 신뢰를 손상시키는 요소가 되기도 한다. 특히 채용, 인사 평가, 승진 등에서 정을 중심으로 한 판단이 개입될 경우, 능력 중심의 객관적 판단이 흐려지고, 조직 내 불신을 초래할 수 있다.

      정에 기반한 ‘봐주기’ 문화는 실적이나 책임보다는 관계에 따른 의사결정을 낳게 만들며, 이는 무능력한 구성원이 책임에서 면제되거나, 우수 인재가 부당하게 평가받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또한 상사와의 정이 깊은 일부 구성원이 특혜를 받는 구조가 고착되면, 다른 구성원들의 사기를 저하시키고 조직문화 전체에 불신을 심어줄 수 있다.

      정 문화는 또한 갈등 회피 성향을 강화시키는 경향이 있다. 정에 얽매여 비판적 의견을 제기하지 못하거나, 명확한 문제 해결보다는 관계 유지를 우선시하는 방식은 조직의 혁신과 성장을 저해할 수 있다. 특히 젊은 세대에게는 이러한 문화가 비효율적이고 부조리하게 인식될 수 있으며, 이는 세대 간 조직문화 충돌로도 확장될 수 있다. 결과적으로 정 문화는 지나치게 작용할 경우, 조직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훼손하고, 변화에 대한 저항을 강화시키는 부작용을 유발할 수 있다.

       

      ◆ 정 문화를 현대적으로 해석하고 활용하는 전략

      정 문화는 한국 조직의 고유한 정서적 기반이자 장점이 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이를 단절하거나 폐기하는 것이 아니라, 현대적인 조직운영 방식과 조화시켜 긍정적인 요소를 극대화하고, 부정적 요소는 제도적 장치를 통해 보완하는 전략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정에 기반한 유대와 연대를 조직문화의 장점으로 유지하되, 채용, 평가, 보상 등 주요 의사결정은 철저히 객관성과 투명성에 기반을 두는 이중 구조의 설계가 효과적일 수 있다.

      또한 리더십 차원에서 정 문화의 순기능을 살리는 방향으로 리더 교육과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 정을 바탕으로 한 포용적 리더십은 심리적 안전감을 강화하고, 구성원 간 신뢰를 바탕으로 한 성과 창출을 이끌어낼 수 있다. 하지만 동시에 정에 치우친 불합리한 의사결정은 지양하고, 정과 원칙 사이의 균형점을 찾는 통찰력 있는 리더십이 요구된다.

      마지막으로 세대 간 문화 차이를 고려한 정 문화의 유연한 적용이 필요하다. 젊은 세대에게는 정이 부담이나 비공식 규범으로 작용하지 않도록 소통 방식과 조직 운영을 재정비하고, 정서적 유대를 현대적인 피드백 문화나 커뮤니케이션 프로그램과 연결시켜 해석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처럼 정 문화를 고립된 조직문화로 보기보다는, 시대 변화와 구성원의 다양성 속에서 유연하게 진화시키는 접근이 한국형 조직문화의 미래 경쟁력을 좌우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