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를 소중하게

전 세계에 있는 소수민족을 소개 합니다

  • 2025. 7. 17.

    by. Seize.

    목차

      국적 없는 존재들: 보이지 않는 시민, 무국적 소수민족

      국적은 우리가 태어나는 순간부터 주어지는 가장 기본적인 법적 신분이지만, 전 세계적으로 수백만 명의 사람들은 **어떠한 국가로부터도 인정받지 못한 채 ‘무국적자’(stateless person)**로 살아갑니다. 특히 이 중 상당수는 소수민족 출신으로, 역사적·정치적·사회적 이유로 인해 국적을 부여받지 못한 채, **법적 존재조차 부정당한 삶을 강요당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미얀마의 로힝야족은 오랫동안 그들의 조상들이 수 세기 동안 아라칸 지역에 거주해 왔음에도 불구하고, 1982년 국적법에 의해 시민권을 박탈당한 채 무국적 상태로 전락했습니다. 이들은 공식적인 거주지, 직업, 교육, 보건서비스, 이동의 자유 등을 보장받지 못하며, 심지어 결혼이나 출생신고조차도 제한됩니다. 방글라데시, 태국, 레바논, 쿠웨이트 등에서도 팔레스타인계, 쿠르드족, 히잡 부족 등 다양한 소수민족이 국적을 갖지 못한 채 사회 주변부로 밀려나 살아가고 있습니다.

      무국적자는 단지 여권이 없는 사람이 아니라, 법적·경제적·사회적 권리를 거의 행사할 수 없는 존재입니다. 교육을 받아도 졸업장이 무효가 되고, 병원에 가도 치료를 받기 어렵고, 심지어 사망해도 법적으로 기록되지 못합니다. 이처럼 국적이 없다는 것은 삶의 모든 영역에서 ‘존재하지 않는 사람’으로 간주된다는 의미이며, 이는 인권의 총체적 부정입니다.

       

      소수민족과 국적 문제

       

      국적의 정치학: 차별과 배제의 제도화

      소수민족이 무국적 상태에 놓이게 되는 배경에는 단순한 행정 절차의 문제가 아닌, 국가 권력에 의해 제도화된 차별과 배제의 구조가 존재합니다. 국적 부여는 종종 정치적 통제, 민족 정체성의 정렬, 사회적 순응 여부에 따라 결정되며, 이는 특정 소수민족이 국가 정체성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간주될 때, 그들을 제도 밖으로 밀어내는 수단으로 작동합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태국 북부와 미얀마 국경 지역에 거주하는 소수민족들입니다. 이들은 뚜렷한 언어, 복장, 종교 등을 유지하며 국경을 넘나드는 삶을 살아왔지만, 국가는 그들의 국경 이동을 ‘불법’으로 규정하고, 그 결과 수십만 명이 무국적자로 남게 되었습니다. 인도에서는 아삼주의 국적 등록 과정에서, 많은 벵갈리계 무슬림이 서류 부족을 이유로 무국적 상태가 되며 구금 및 추방 위협을 받고 있습니다.

      이러한 배제는 여성과 아동에게 더 큰 영향을 미칩니다. 일부 국가에서는 부계 혈통만을 기준으로 국적을 부여하거나, 출생신고 자체가 불가능한 지역이 존재합니다. 이는 여성 무국적자의 증가, 세습 무국적 상태로 이어지며 세대 간 법적 무권 상태가 고착됩니다. 더불어 정치적 의도가 개입될 경우, 무국적 상태는 곧 국가 폭력의 대상화로 이어지며, 인종청소나 인권 범죄로까지 비화됩니다.

      이처럼 국적은 단지 행정적 권한이 아니라, 누가 국가의 ‘우리’에 포함되고, 누가 배제되는지를 가르는 정치적 경계입니다. 소수민족은 그 경계 밖에서 ‘법적으로 존재하지 않는 사람들’로 살아가게 됩니다.

       

      무국적자의 삶: 일상 속의 법적 투쟁

      무국적 소수민족은 일상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보이지 않는 장벽에 부딪히며 살아갑니다. 교육을 받고 싶어도 학교 등록이 불가능하고, 일자리를 구해도 신분증이 없어 고용되지 않으며, 병원에서 진료를 거부당하기도 합니다. 국적이 없다는 이유로 공공 주거, 교통 이용, 은행 계좌 개설 등 기본적인 사회 참여조차 불가능합니다.

      이들은 대부분 비공식 경제에 의존해 생계를 이어가며, 빈곤과 차별, 사회적 낙인에 시달립니다. 예를 들어, 태국의 아카족, 라후족 등은 산간지역에서 농업 노동에 종사하거나, 도시로 내려와 관광 산업 내 저임금 노동에 종속되어 있습니다. 신분이 없기 때문에 임금 체불, 인신매매, 강제노동 등의 피해를 입어도 법적 구제 수단이 전무합니다.

      또한 무국적자는 각종 자연재해, 전염병, 분쟁 상황에서도 공공 지원의 우선순위에서 제외됩니다. 공식적인 국민이 아니라는 이유로 구호 물자, 백신 접종, 피난소 이용 등에 차별이 발생하며, 이는 생존 그 자체를 위협하는 상황으로 이어집니다. 심지어 어떤 경우에는 국가의 보호를 받지 못하고, 가해자로부터도 처벌받지 않는 무방비 상태에 놓이는 경우도 존재합니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도 일부 소수민족 공동체는 법적 지위 확보를 위한 투쟁을 전개하고 있습니다. 인권 단체, 변호사 단체, 국제기구와의 협력을 통해 국적 부여 청원, 서류 확보 운동, 출생등록 캠페인 등을 진행하며, 법적 존재로 회복되기 위한 싸움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법의 정의를 묻다: 국적 회복과 국제사회의 과제

      무국적 소수민족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단지 국적을 ‘부여’하는 차원을 넘어서, 왜 이들이 국적을 잃었고, 어떻게 다시 회복할 수 있을지를 구조적으로 접근하는 시각이 필요합니다. 이는 행정적 실수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폭력, 식민 유산, 인종주의, 문화차별이 중첩된 인권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국제사회는 UN난민기구(UNHCR)를 중심으로 무국적자 문제 해결을 위한 캠페인을 펼치고 있습니다. 특히 2014년부터 ‘#IBelong 캠페인’을 통해, 전 세계 국가들에 국적법 개정, 출생등록 제도 개선, 소수민족의 권리 보장을 요구해왔으며, 일부 국가는 이를 통해 실질적인 진전을 이루었습니다. 키르기스스탄, 우즈베키스탄, 방글라데시, 코트디부아르 등은 수십만 명의 무국적자에게 법적 신분을 회복시켜주는 조치를 단행한 바 있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많은 국가는 국적 문제를 안보와 통치의 관점에서 접근하며, 소수민족의 국적 회복을 꺼리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는 ‘국민’이라는 개념이 포용보다 배제를 통해 유지된다는 국가주의적 인식 때문이며,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인권 중심의 법과 시민 개념 재정립이 필요합니다.

      결국 국적은 단지 ‘시민증’이 아니라, 한 인간이 사회와 법의 보호 아래 살 수 있는 존엄의 조건입니다. 소수민족이 국적 없는 존재로 살아가는 한, 우리는 진정한 보편적 인권을 말할 수 없습니다. 따라서 이 문제는 국제사회 전체의 연대와 관심, 그리고 각국 정부의 정치적 용기가 필요한 시대적 과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