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를 소중하게

전 세계에 있는 소수민족을 소개 합니다

  • 2025. 7. 20.

    by. Seize.

    목차

      의료 사각지대에 놓인 소수민족: 구조적 배제의 현실

      현대 사회에서 ‘건강’은 생존의 기본권이자 인간 존엄의 핵심 요소입니다. 그러나 전 세계 수많은 소수민족 공동체는 이러한 기본적인 권리조차 충분히 보장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의료 시스템에의 접근은 단지 거리의 문제만이 아니라, 언어, 문화, 법적 지위, 경제력, 제도적 차별이라는 다층적 장벽으로 인해 실질적으로 차단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산간 지역, 오지, 국경 인근 등 외곽지대에 거주하는 소수민족은 물리적 접근성은 물론, 문화적으로 적절한 치료를 받을 권리조차 박탈당하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예를 들어 동남아시아의 몽족이나 카렌족, 아프리카의 피그미족, 남미의 아샤닌카족과 같은 공동체는 국가 공공의료 체계에서 배제되거나, 정책 우선순위에서 밀려 의료 인프라가 전무한 상태에 놓여 있습니다. 의료진 부족, 약품 공급의 불균형, 건강보험 체계의 부재 등이 결합되어 예방 가능하고 치료 가능한 질병으로도 높은 사망률을 보이고 있으며, 산모 사망률과 영아 사망률도 국가 평균보다 훨씬 높은 수치를 기록합니다.

      또한 도시로 이주한 경우에도 이들은 언어 장벽, 인종적 편견, 신분 문제로 인해 의료서비스 이용이 제약되며, 의료기관에서조차 차별적 대우를 받는 경우가 빈번합니다. 예컨대 미국 내 아메리카 원주민 공동체는 국립보건서비스(Indian Health Service) 체계가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예산 부족과 전문 인력 부족으로 만성적인 진료 지연과 서비스 품질 저하를 겪고 있습니다.

      이처럼 소수민족의 건강권은 단순히 의료시설 유무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 구조 속에서 누적되어 온 배제와 차별의 총체적 결과이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의료의 정의를 다시 정의하고, 문화적 다양성과 평등한 접근권을 중심에 둔 건강 정책의 재구성이 필요합니다.

       

      전통 치유 문화의 가치와 위기

      소수민족 공동체는 오랜 세월 동안 자신들의 환경과 생활방식에 맞춰 고유한 전통 치유 지식과 실천 체계를 형성해 왔습니다. 이는 단순히 현대의학이 도달하지 못한 지역에서의 대체 수단이 아니라, 자연과 인간, 공동체의 관계를 기반으로 한 통합적인 건강관을 반영하는 문화적 자산입니다. 약용 식물에 대한 활용 지식, 영혼과 신체의 조화 개념, 공동체 기반의 돌봄 방식 등은 질병을 단지 육체의 문제로 보지 않고, 삶 전체와 연결하여 접근하는 특징을 가집니다.

      예를 들어 아마존 원주민의 전통 의학은 숲 속의 수백 가지 약초와 버섯, 동물성 재료를 활용해 복합적인 처방을 구성하며, 정신과 신체를 동시에 치유하는 주술 의식이 병행되기도 합니다. 아프리카의 요루바족, 말리의 도곤족 등은 질병을 ‘사회적 균형의 붕괴’로 인식하며, 치유 또한 공동체 전체의 의식과 참여 속에서 이뤄집니다. 이러한 전통 치유 방식은 공동체적 유대감 강화와 심리적 안정, 예방 중심의 건강 문화를 유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해왔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치유 문화는 현대화, 도시화, 교육제도의 획일화로 인해 급속히 사라지고 있으며, ‘미신’, ‘비과학적’이라는 오해 속에서 제도적으로 배제되기도 합니다. 특히 젊은 세대의 전통 지식 단절, 외부 의료 시스템의 침투, 약용식물의 멸종 등은 치유 지식의 소멸 속도를 가속화하고 있습니다.

      더불어 일부 다국적 제약 회사는 이러한 전통 지식을 무단으로 상업화하거나, 특허 등록을 통해 지식의 원천 제공자에게 정당한 보상 없이 이익을 독점하는 일이 발생하고 있으며, 이는 생명의 자산을 둘러싼 현대판 식민주의적 착취로 비판받고 있습니다. 따라서 전통 치유 지식을 보존하고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지식의 권리화와 공동체 중심의 문화 보존 전략이 병행되어야 합니다.

       

      소수민족과 건강권

      의료 접근성을 위한 제도적 대응과 한계

      국제 사회는 소수민족의 건강권을 보장하기 위해 다양한 정책적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유엔은 ‘토착민의 권리에 관한 선언(UNDRIP)’에서 건강권을 명시하고 있으며, 세계보건기구(WHO) 또한 ‘건강의 사회적 결정요인(Social Determinants of Health)’ 개념을 통해 건강 불평등의 구조적 원인을 해소하는 방향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일부 국가에서는 소수민족 언어로 된 의료 정보 제공, 지역 기반의 이동 진료 체계, 전통 치유사와 현대 의료인의 협업 등을 통해 보다 포용적인 의료 환경을 구축하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예컨대 볼리비아와 에콰도르 등은 헌법에서 전통 의학을 공식 의료 시스템의 일부로 인정하고 있으며, 인디헤나(토착민) 지역에 전통 치유소와 현대 의료기관이 병존하는 이중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캐나다 역시 일부 원주민 지역에서 전통 치유 프로그램과 심리치료, 현대 약물치료를 통합한 포괄적 건강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사례는 소수민족의 건강권을 문화적 권리의 연장선으로 인식한 진전된 접근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제도적 시도들은 아직도 소수 사례에 불과하며, 전 세계적으로는 의료의 표준화·서구화 경향이 여전히 지배적입니다. 다수의 국가에서는 소수민족을 위한 건강 정책이 선언적 수준에 그치거나, 예산과 인력의 한계로 실효성 있는 집행이 어려운 상황입니다. 게다가 일부 보수적 정치 세력은 이러한 정책을 ‘특혜’나 ‘비효율’로 폄하하며, 사회적 갈등을 유발하기도 합니다.

      이러한 현실은 단지 정책의 문제가 아니라, 건강을 바라보는 사회적 관점의 문제이기도 합니다. 건강은 생리적 문제 이전에 존엄과 권리의 문제이며, 문화를 존중하는 방식의 돌봄이 바로 진정한 건강권 보장의 시작입니다.

       

      연대와 존중: 건강한 공존을 위한 제안

      소수민족의 건강권 보장은 단지 특정 집단을 위한 것이 아니라, 다양성과 포용성을 기반으로 한 사회 전체의 건강성과 성숙도를 반영하는 지표입니다. 이들의 의료 접근성 확대와 전통 치유 문화의 인정은 보편적 복지의 실현이자, 건강에 대한 인류학적·문화적 성찰의 기회이기도 합니다. 더불어 팬데믹과 같은 전 지구적 위기 상황에서 우리는 지역 공동체의 회복력과 전통 지식이 가진 생존 능력을 다시금 인식하게 되었습니다.

      이를 위해 필요한 첫 번째 과제는 정책적 재정비와 투자 확대입니다. 단순한 의료 접근성이 아닌 문화적으로 적절하고 언어적으로 접근 가능한 의료 시스템 구축이 필수적이며, 이를 위해서는 소수민족 커뮤니티 내부의 역량 강화와 주체적 참여가 병행되어야 합니다. 이는 건강권을 ‘시혜적 복지’가 아닌 ‘주체적 권리’로 전환하는 첫걸음입니다.

      둘째, 전통 의학에 대한 과학적 재해석과 제도화가 필요합니다. 이는 단지 서구 의학으로의 흡수가 아닌, 서로 다른 건강 체계의 공존과 상호 존중에 기반한 융합적 접근을 의미합니다. 현대 의학이 해결하지 못하는 만성 질환, 정신 건강 문제 등에 있어 공동체 중심의 전통 돌봄 모델은 대안적 치료 패러다임이 될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사회 전체의 인식 개선과 연대가 중요합니다. 소수민족의 의료 문제를 ‘특수한 타자’의 문제가 아니라, 인류 보편의 권리 문제로 인식하고 행동하는 사회적 문화가 형성되어야 하며, 이를 위해 교육, 미디어, 시민운동의 역할이 절대적입니다. 우리는 모두 결국 ‘건강한 존재로 살아가고자 하는 사람’이라는 점에서, 건강권은 특정 집단이 아닌 우리 모두의 이야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