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를 소중하게

전 세계에 있는 소수민족을 소개 합니다

  • 2025. 7. 26.

    by. Seize.

    목차

      교차되는 차별의 구조: 소수민족 여성은 왜 가장 취약한가

      소수민족 여성은 단지 인종이나 문화적 배경 때문에 차별을 받는 것이 아닙니다. 그들은 ‘여성’이라는 젠더 정체성과 ‘소수민족’이라는 인종적, 문화적 정체성이 교차하면서 다층적인 차별을 경험합니다. 이러한 현상은 페미니스트 이론가 킴벌리 크렌쇼(Kimberlé Crenshaw)가 제안한 개념인 **‘교차성(intersectionality)’**로 설명되며, 소수민족 여성의 현실은 단순히 여성이나 소수민족의 문제로 환원될 수 없음을 보여줍니다.

      예를 들어, 많은 소수민족 여성은 가부장제 문화, 빈곤, 문맹률, 사회적 배제, 인종적 편견이라는 여러 요인 속에서 교육과 보건, 정치 참여, 법적 보호로부터 소외되고 있습니다. 이들은 종종 조혼, 강제결혼, 여성 할례, 가정폭력, 교육 금지 등 억압적인 전통 규범에 놓이면서도, 국가의 복지와 보호 체계로부터도 외면받는 이중의 취약성을 겪습니다. 국제 구호나 정책조차도 ‘남성 중심’으로 설계되어 소수민족 여성의 목소리를 수렴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또한 소수민족 여성은 다수 사회로 진입했을 때도 이중의 편견에 시달립니다. 예를 들어, 유럽이나 북미 등지에 이주한 무슬림 여성들은 히잡을 쓰는 전통 때문에 보수적이라 낙인찍히면서도, 그 전통을 지키지 않으면 공동체 내에서 배척당하는 이중 억압 구조 속에 놓이게 됩니다. 이는 ‘해방’과 ‘보호’라는 외부의 시선이 당사자의 주체성을 무시한 채 설계될 때 발생하는 전형적인 문제입니다.

      이처럼 소수민족 여성의 삶은 단지 차별의 총합이 아니라, 차별이 서로 맞물리며 구조화되는 교차성의 공간입니다. 그렇기에 이들의 현실을 바라보는 데에는 젠더, 인종, 계급, 지역, 문화, 법적 지위 등을 동시에 고려한 복합적 시각이 필수적입니다.

       

      소수민족 여성의 삶과 투쟁

      억압 속에서 피어난 목소리: 소수민족 여성의 저항과 연대

      억압적인 구조 속에서도 소수민족 여성은 침묵하지 않았습니다. 그들은 자신의 삶을 스스로 정의하고, 말하고, 바꾸기 위해 다양한 방식으로 저항과 연대의 움직임을 만들어 왔습니다. 이들은 정치 운동가, 교육자, 예술가, 공동체 지도자로서 가부장제와 식민주의, 국가 폭력, 문화적 억압에 동시에 맞서는 실천적 행위자입니다.

      예를 들어, **나와 엘 사다위(Nawal El Saadawi)**는 이집트의 여성 인권 운동가로 여성 할례와 종교적 억압에 맞서 싸웠고, 수차례 투옥과 추방에도 불구하고 아랍권 내 여성의 권리를 외쳤습니다. **리가 모치(Ms. Rigoberta Menchú)**는 과테말라의 마야족 여성으로, 원주민의 권리를 위해 유엔에서 활동하며 노벨평화상을 수상하였습니다. 그녀는 전쟁과 착취 속에서 학살당한 가족의 이야기를 전 세계에 알리는 데 앞장섰습니다.

      아프리카에서는 카메룬의 바바라 은와코, 나이지리아의 차이마만다 응고지 아디치에, 케냐의 왕가리 마타이 등 소수민족 출신 여성들이 환경운동, 문학, 인권 분야에서 활동하며 자신만의 언어로 세계에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이들은 억압에 맞서 싸우는 동시에, 전통과 근대, 공동체와 개인 사이에서 균형을 찾아가는 문화적 통역자의 역할도 수행하고 있습니다.

      소수민족 여성 간의 연대 또한 점점 확대되고 있습니다. 온라인 플랫폼과 국제 회의, 교육 네트워크를 통해 언어와 국경을 넘어 ‘경험의 공통성’을 공유하며 글로벌 여성 연대를 형성하고 있습니다. 이는 단지 피해자의 연합이 아니라, 주체로서의 여성들이 서로의 언어와 상처를 이해하며 새로운 사회 변화를 모색하는 장이 되고 있습니다.

       

      전통과 권리 사이: 정체성, 문화, 자율성의 딜레마

      소수민족 여성의 현실을 이야기할 때 가장 민감하면서도 중요한 문제는 바로 전통과 권리 사이의 균형입니다. 일부 전통은 여성에게 억압적으로 작용하기도 하지만, 동시에 그 문화 안에서 여성의 정체성과 자율성을 구성하는 핵심 요소가 되기도 합니다. 외부 사회는 종종 전통을 ‘문제’로만 보고 근절을 주장하지만, 이는 오히려 소수민족 여성의 자율성을 침해하는 새로운 억압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예컨대 아프리카의 일부 공동체에서는 여성 할례가 여전히 통과의례로 여겨지며, 여성이 공동체의 구성원으로 인정받는 필수 조건이 되기도 합니다. 국제사회는 이를 인권 침해로 규정하지만, 이러한 전통이 갖는 상징성과 여성의 정체성 구성 요소를 무시하면, 오히려 당사자들이 보호를 거부하거나 저항하는 결과를 낳습니다. 실제로 일부 활동가들은 ‘강제적인 개입’보다는 내부로부터의 변화, 여성 주도적 담론 전환이 필요하다고 주장합니다.

      또한 많은 경우 전통이 가진 억압성은 가부장적 해석이나 근대화의 왜곡에 의해 강화된 측면도 존재합니다. 예를 들어, 일부 공동체에서 여성의 정치 참여가 금지된 이유는 ‘오랜 전통’ 때문이 아니라, 식민지 시기에 남성 중심의 권력 구조가 강화되면서 생긴 왜곡된 권력 전통이기 때문입니다. 즉, 전통은 고정된 유산이 아니라, 권력과 해석에 따라 끊임없이 재구성되는 현재진행형의 문화입니다.

      따라서 소수민족 여성의 권리를 이야기할 때, 중요한 것은 그들의 문화 안에서 스스로 주체가 되어 변화를 만들어갈 수 있는 권한을 보장하는 것입니다. 외부의 기준을 일방적으로 적용하기보다는, 당사자의 목소리와 맥락을 충분히 듣고 함께 변화를 모색하는 접근이 필요합니다. 이것이 진정한 연대이자, 진정한 해방의 시작점이 될 수 있습니다.

       

      소수민족 여성의 미래를 위한 조건: 정책, 교육, 그리고 서사의 복원

      소수민족 여성이 단지 생존을 넘어서 존엄과 권리를 온전히 누릴 수 있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제도적 기반과 문화적 지원이 필요합니다. 가장 시급한 것은 법적 보호와 정책적 실천입니다. 현재 많은 국가에서는 여성폭력, 교육 접근성, 보건 정책에서 소수민족 여성을 위한 맞춤형 정책이 부족하며, 이는 단지 ‘정책 부재’가 아니라 구조적 차별로 이어집니다.

      예를 들어, 일부 지역에서는 소수민족 여성이 병원에 접근조차 못하거나, 통역 서비스가 없어 정확한 진료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또한 교육 시스템 내에서 자신의 언어와 문화를 소외당한 채 주류 기준에 따라 평가받는 것은 학업 중도 탈락률과 진로 차별로 이어지게 됩니다. 따라서 다문화적 시각을 갖춘 성인지 교육, 언어권 보장, 여성 인권 교육 등이 반드시 병행되어야 합니다.

      또한 교육만큼이나 중요한 것은 서사의 복원입니다. 수많은 소수민족 여성들의 이야기는 역사의 공식 서술에서 지워졌고, 지금도 뉴스와 교과서, 미디어에서 제대로 다뤄지지 않습니다. 이들의 경험은 ‘문제’로만 소비되거나 ‘불쌍한 피해자’로만 묘사되며, 그 안에 담긴 투쟁의 가치, 주체의 지혜, 미래를 설계하는 역량은 조명되지 못합니다. 이제는 소수민족 여성 스스로가 이야기의 주체가 되고, 그 이야기가 사회 속에서 ‘정당한 지식’으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지원하는 환경이 필요합니다.

      마지막으로, 글로벌 차원에서의 연대와 인식 개선 또한 중요합니다. 국제사회는 단순한 지원을 넘어서, 공동의 기준과 책임 의식을 갖고 소수민족 여성의 권리 증진을 위한 구조적 접근을 확대해야 합니다. 이는 단지 특정 지역의 문제가 아니라, 성평등과 다양성, 인권이 지향해야 할 보편적 가치의 실현이라는 점에서 인류 전체의 과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