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를 소중하게

전 세계에 있는 소수민족을 소개 합니다

  • 2025. 7. 27.

    by. Seize.

    목차

      전통 지식이란 무엇인가: 세대를 이어 축적된 생태적 자산

      소수민족이 보유한 전통 지식은 단순한 민간요법이나 생활의 지혜에 그치지 않습니다. 이는 자연과 인간, 생존과 문화가 조화롭게 어우러진 오랜 경험의 집합체이자, 공동체 정체성을 구성하는 핵심 자산입니다. 식물의 약리 효과, 토착 농법, 기후 예측 방식, 생태 보전의 철학, 그리고 문화적 서사 속에 녹아든 지식 체계는 모두 이 범주에 포함됩니다.

      예를 들어 남미 아마존의 원주민들은 수천 종의 식물과 동물에 대한 약용, 식용, 독성 정보를 구체적으로 알고 있으며, 이를 바탕으로 질병을 치료하고 생태계를 조절해왔습니다. 아프리카의 사헬 지역 유목민들은 기후 변화에 따른 가축 이동 경로와 수자원 확보 기술을 세대 간 구전과 실천을 통해 전수하고 있으며, 히말라야의 티베트족은 고산지대에서의 농업과 약초 채집에 대한 정교한 지식을 축적해왔습니다.

      이러한 전통 지식은 현대 과학이 도달하지 못한 영역까지 포괄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실제로 수많은 신약 개발, 농업 개량, 생태 보전 정책이 소수민족의 전통 지식을 기초로 삼고 있으며, 이는 '생물다양성 협약'(CBD)과 '지적재산권에 관한 협정'(TRIPS)에서도 중요하게 다뤄지고 있습니다. 전통 지식은 단순한 구술 문화가 아니라, 인류 생존의 미래 자원으로 주목받는 고유한 정보 자산입니다.

      하지만 문제는 바로 이러한 가치가 경제적 이해관계에 의해 왜곡되거나 착취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세계적으로 소수민족이 보유한 전통 지식은 아직도 법적으로 제대로 보호받지 못하고 있으며, 많은 경우 다국적 기업과 연구기관이 이를 무단으로 수집·이용하면서 지식의 경제화가 문화 수탈로 변질되는 사례가 빈번히 발생하고 있습니다.

       

      생물해적행위(Biopiracy): 누구의 지식이고, 누구의 이익인가

      소수민족의 전통 지식을 둘러싼 가장 심각한 문제는 **‘생물해적행위(Biopiracy)’**라 불리는 무단 이용 및 특허화입니다. 이는 다국적 기업이나 연구기관이 소수민족의 지식을 기반으로 신약이나 제품을 개발한 뒤, 그 이익은 자신들이 독점하면서도 원천 지식 제공자에게는 아무런 보상도 하지 않는 행위를 말합니다.

      대표적인 사례는 인도의 네임(nīma, neem) 나무입니다. 수세기 동안 인도 농촌에서 살충제로 사용돼 온 이 나무는, 서구 제약회사가 이를 기반으로 제품을 특허화하고 수출하면서 인도 농민들은 정작 자신들의 전통 지식에 대해 특허권 침해 소송을 당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에 놓였습니다. 또 다른 예로는 남미 안데스 지역에서 **키누아(quinoa)**와 마카(maca) 같은 식물에 대한 영양 효능이 세계적으로 알려지면서, 다국적 식품회사가 종자를 등록하거나 브랜드화해 소수민족 농민들이 재배조차 어려워진 현실이 있습니다.

      이처럼 전통 지식의 경제화는 두 얼굴을 가지고 있습니다. 하나는 지역 공동체의 생계를 향상시키고, 지속 가능한 개발에 기여할 수 있는 ‘자산화’의 긍정적 측면이고, 다른 하나는 기업이나 국가가 이 지식을 착취하여 소수민족의 권리와 생계를 침해하는 수탈적 구조로 작동하는 현실입니다.

      가장 큰 문제는 이러한 전통 지식이 대부분 문서화되어 있지 않고 구술로 전승되는 특성 때문에, 현대 지적재산권 체계 내에서 제대로 보호받지 못한다는 점입니다. 특허 제도는 누가 먼저 서류를 제출하고, 누가 명확한 과학적 근거를 제시하는가에 따라 권리를 인정하기 때문에, 세대 간 축적된 공동체적 지식은 법적으로 ‘무주물’처럼 취급되기 십상입니다.

      이러한 상황을 막기 위해 세계 여러 국가와 기구들이 지식공유 협약, 이익 공유 협정, 공동 특허 등록 등의 방안을 제안하고 있으나, 실효성은 여전히 부족한 실정입니다. 전통 지식의 경제화는 곧 문화와 생태, 인권의 문제이며, 이는 단순히 특허권과 보상금의 문제를 넘어서는 윤리적, 정치적 논쟁의 장입니다.

       

      소수민족과 전통 지식의 경제화

       

      이익 공유와 공정한 협력: 가능한 대안은 무엇인가

      전통 지식의 경제화가 소수민족 공동체에 실질적인 혜택을 가져오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이익 공유(benefit sharing)의 원칙이 확고하게 지켜져야 합니다. 이는 단지 기술적 배분이나 재정 지원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지식의 기원을 인정하고, 해당 공동체가 직접적인 결정권과 협상력을 갖도록 보장하는 구조를 말합니다.

      일부 긍정적인 사례도 존재합니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의 후드족(San people)**이 보유한 식물 ‘후두(Hoodia)’는 식욕 억제 효과가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신약 개발의 대상이 되었고, 이에 따라 해당 공동체는 제약회사와 협약을 체결해 판매 수익의 일정 부분을 환원받는 구조를 만들었습니다. 페루와 볼리비아의 안데스 원주민 협동조합은 마카 뿌리 가공 공장을 자체적으로 운영하며, 유통 구조까지 통제해 전통 지식의 자율적 경제화를 실현하고 있습니다.

      또한 유네스코, WIPO(세계지식재산권기구), UNEP(유엔환경계획) 등은 ‘전통 지식에 대한 지역 공동체의 권리 보장’, ‘지식보호에 대한 커뮤니티 등록제’, ‘토착 지식 기반 제품에 대한 원산지 표시’ 등의 제도를 도입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러한 노력은 전통 지식이 ‘개인의 소유’가 아닌, 공동체의 유산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해야 함을 강조합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소수민족 공동체 내부의 역량 강화입니다. 지식을 보호하고 활용하려면 공동체가 자신들의 지식 가치를 인식하고, 이를 법적·경제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기반을 갖추는 일이 필수적입니다. 이를 위해 지역 기반 교육, 협동조합 설립, 전통 언어 복원, 디지털 기록화 등이 병행되어야 하며, 이는 단순한 경제활동을 넘어 문화의 주체로서 서사를 재구성하는 작업이기도 합니다.

      전통 지식의 경제화는 곧 지속가능한 개발과 문화 보존이 충돌하지 않고 공존할 수 있는 길이기도 합니다. 다만 그것은 ‘외부의 지원’만으로 가능한 일이 아니며, 내부의 주체성과 외부의 윤리적 접근이 만날 때 비로소 가능해집니다.

       

      문화 수탈을 넘어 문화 존중으로: 새로운 관계의 가능성

      궁극적으로 소수민족의 전통 지식을 어떻게 다룰 것인가의 문제는, 현대사회가 소수민족을 어떻게 인식하고 대우할 것인가에 대한 가치 판단으로 귀결됩니다. 단순히 지식을 ‘정보’나 ‘상품’으로만 보는 관점은 소수민족을 연구 대상, 개발 대상, 혹은 착취의 대상으로만 인식하는 근대적 시선을 그대로 반영합니다.

      반대로 전통 지식을 존중과 협력의 기반 위에 놓고, 해당 공동체를 동등한 파트너로 인정하는 접근은 새로운 관계의 가능성을 열어줍니다. 예를 들어 유럽의 일부 도시에서는 이민자 공동체의 전통 요리, 천연 염색 기술, 식물 기반 의약품 제조 방식 등을 지역 경제와 연계하는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으며, 이 과정에서 전통 지식을 단순한 ‘민속 콘텐츠’가 아닌 생존 가능한 기술과 문화 자산으로 재해석하고 있습니다.

      또한 디지털 기술의 발전은 전통 지식 보호에 새로운 가능성을 제공합니다. 공동체 주도의 디지털 데이터베이스, 영상 기록, 블록체인 기반의 지식 추적 시스템 등은 전통 지식의 출처를 명확히 하고, 지식 남용을 방지하며 문화적 주권을 강화하는 도구가 될 수 있습니다. 특히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전통 지식을 새롭게 해석해 콘텐츠화하는 움직임은, 전통과 현대, 지역성과 세계성을 잇는 창조적 계승의 형태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이제 중요한 것은 단지 경제적 보상만이 아니라, 소수민족 공동체가 문화적 주체로서 존중받고,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드는 일입니다. 전통 지식은 한때 ‘낡은 유산’으로 치부되었지만, 이제는 기후위기, 생물다양성, 공존의 윤리 등 현대사회의 핵심 문제를 해결하는 데 실질적인 해답을 제공할 수 있는 살아 있는 지혜입니다.

      우리가 소수민족의 전통 지식을 어떻게 대하느냐는, 인류가 다양성과 공존을 어떤 방식으로 실현할 것인가에 대한 시험대이기도 합니다. 문화 수탈이 아니라, 문화 존중과 상생을 선택하는 것이야말로 미래를 향한 진정한 전환의 시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