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를 소중하게

전 세계에 있는 소수민족을 소개 합니다

  • 2025. 7. 31.

    by. Seize.

    목차

      1. 자연과 조화를 이룬 전통 농업의 지혜

      소수민족의 전통 농업 방식은 단지 생계를 위한 수단이 아니라, 자연과 조화를 이루는 삶의 철학과 공동체의 정체성을 반영한 실천 방식이다. 다수민족 중심의 산업형 대규모 농업이 기계화와 생산성 극대화에 초점을 맞춘 반면, 소수민족은 **토착 생태지식(local ecological knowledge)**을 기반으로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농경활동을 이어왔다.

      예를 들어, 필리핀의 이푸가오족은 산악 지형을 활용한 계단식 논을 수세기 동안 유지해 왔고, 이는 단순한 농법을 넘어 토양 유실을 막고 물 순환을 촉진하는 생태적 구조물로 평가된다. 안데스 고원의 케추아족은 감자와 옥수수의 유전자 다양성을 유지하기 위해 높이와 토질에 따라 작물 품종을 달리 심는 방식을 활용해왔으며, 이는 오늘날 생물다양성 보존 측면에서 과학적으로도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이러한 소수민족의 농업 방식은 특정 지역의 생태와 기후에 최적화된 경험의 산물로, 자연 파괴 없이도 자급자족이 가능한 경작 방식이다. 현대 농업이 기후위기와 환경파괴로 한계를 드러내는 시점에서, 이들의 전통지식은 대안 농업, 지속 가능한 발전, 생태 복원의 열쇠로 주목받고 있다.

       

      2. 전통 농법 속에 숨겨진 생물다양성의 보고

      소수민족은 농업을 통해 단지 인간이 먹을 작물만을 기르는 것이 아니라, 토착 생태계를 존중하고 다양한 생물종이 공존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왔다. 그들의 밭과 논은 단일 작물만 재배하는 현대 농업과 달리, 다양한 작물과 식물, 곤충, 미생물이 어우러진 복합 생태계를 형성하고 있다.

      예를 들어, 인도 북동부 나가족의 전통 농업은 윤작과 혼합 경작, 유기농 퇴비 사용을 통해 토양의 건강을 유지하고, 병충해도 자연스럽게 억제하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이들이 경작하는 땅에는 수십 종의 식용, 약용, 방충 식물들이 함께 자라며, 이는 생물학적 다양성을 높이는 동시에 식량 위기에 대한 회복탄력성을 제공한다.

      중남미의 마야족은 ‘밀파 시스템(milpa system)’이라 불리는 복합농업을 활용해 옥수수, 콩, 호박, 고추 등을 한 밭에 함께 심음으로써 식물 간의 상호작용을 극대화하고 영양분의 순환과 해충 억제 효과를 얻는다. 이는 단순한 기술이 아니라 전통지식과 세대 간의 문화적 계승을 통해 유지되는 생태적 문화이다.

      이와 같은 전통 농법은 생물다양성 보존에 핵심적인 역할을 해왔다. 국제농업식량기구(FAO)도 이러한 지역 공동체의 경작지를 ‘세계 중요 농업유산 시스템(GIAHS)’으로 지정하고 보호하고 있으며, 이는 현대 농업이 회복하지 못한 자연과 인간의 균형을 회복하는 방향성을 제시한다.

       

      소수민족의 농업 방식과 생물다양성 보존

      3. 상업농업과 개발 압력 속의 위기

      하지만 이러한 전통 농업 시스템은 점점 사라질 위기에 처해 있다. 정부의 개발 정책, 다국적 농업기업의 진출, 토지 수탈, 젊은 세대의 도시 이탈 등으로 인해 소수민족의 토착 농업은 점점 자취를 감추고 있으며, 이는 곧 생물다양성의 위기로 이어진다.

      많은 경우, 국가나 지방 정부는 소수민족의 토지를 공공 개발 명분으로 수용하거나, 산업농지로 전환시키고 있다. 이 과정에서 지역의 생물종은 사라지고, 농약과 화학비료에 의존하는 단작 농업이 도입되면서 토양 오염, 수질 악화, 기후 탄소 배출 증가 같은 부작용이 뒤따른다. 나아가 전통 농법은 ‘비효율적’이라 평가되며 제도적으로 지원조차 받지 못하고 있다.

      또한, 세계화와 도시화 속에서 젊은 소수민족 구성원들은 전통 농업을 낡은 방식, 힘든 일, 경제성이 없는 노동으로 인식하고 도시로 이동한다. 이로 인해 전통 지식의 계승이 단절되고, 경험 기반의 농업 노하우가 사라지며, 이는 다시 공동체의 붕괴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초래한다.

      무엇보다도 이러한 위기의 이면에는 지식에 대한 인식의 차별이 있다. 현대 기술 중심의 농업은 수치화되고 특허화되어 ‘지식’으로 인정받지만, 소수민족의 경험과 문화는 과학적 근거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비가시화된 채 무시되고 있는 것이다. 이는 지식의 불평등이자 문화권력의 작동 방식이라 할 수 있다.

       

      4. 전통농업의 재조명과 정책적 지원의 필요성

      이제 우리는 소수민족의 농업 방식을 단지 민속적 유산이나 구시대의 유물로 볼 것이 아니라, 현대 환경 위기에 대응할 수 있는 실용적이고 미래지향적인 대안 모델로 재조명해야 한다. 그들의 농법은 단지 생존 수단이 아니라, 생태 회복력, 기후 대응력, 식량 다양성 확보라는 측면에서 세계가 주목해야 할 자산이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 국가 차원의 농업정책 전환이 필요하다. 소수민족의 농지를 보호하고, 그들의 전통 농업 방식에 대한 과학적 연구와 기록, 지속가능 농업 인증제 도입, 청년 후계농 양성 프로그램 등이 정책적으로 마련되어야 한다. 또한 교육기관은 이들의 농업 방식과 생태철학을 공식 교육과정에 포함시켜, 토착지식에 대한 존중과 계승을 촉진해야 한다.

      국제적으로도 생물다양성 보존을 위한 주요 협약과 프로그램에서 소수민족의 역할과 권리를 제도적으로 보장해야 한다. 특히 CBD(생물다양성협약)와 UN의 지속가능개발목표(SDGs)에서는 지역공동체와 토착민의 지식을 활용하고 보호하는 조항이 명시되어 있으며, 이를 실천하는 구체적 메커니즘 마련이 중요하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인식의 전환이다. 우리는 ‘현대 농업이 최선’이라는 전제에서 벗어나, 전통과 생태, 공동체와 자연이 어우러지는 농업 방식이야말로 지속가능한 미래를 여는 열쇠임을 인지해야 한다. 소수민족의 농업은 과거의 흔적이 아니라, 미래를 위한 생명 기술이며 생태 문화의 보루임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