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를 소중하게

전 세계에 있는 소수민족을 소개 합니다

  • 2025. 8. 3.

    by. Seize.

    목차

      1. 교육받을 권리는 모두에게 평등한가?

      유엔 아동권리협약과 세계인권선언은 누구든 출신, 인종, 언어, 종교, 성별과 관계없이 교육받을 권리가 있음을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현실은 다르다. 특히 소수민족 아동과 청소년들은 ‘학교’라는 공간 안에서조차 차별을 경험하고 있으며, 이들은 형식적으로는 ‘학생’이지만 실질적으로는 언어와 문화의 경계에 갇힌 외부자에 가깝다. 교육은 사회 통합의 수단인 동시에, 한 집단이 다른 집단을 동화시키는 장치이기도 하다. 따라서 소수민족 학생들이 처한 교육 환경은 그 사회의 다문화 수용 수준을 가늠하는 지표라 할 수 있다.

      소수민족 아동이 학교에 입학하면서 처음 마주치는 가장 큰 장벽은 바로 언어의 장벽이다. 다수민족 언어를 공식 교육 언어로 사용하는 국가에서는, 소수민족 아이들이 자신의 모어가 아닌 언어로 수업을 따라가야 하는 상황에 놓인다. 이는 단순히 언어 능력의 차이를 넘어서, 자아 정체성의 억압과 문화적 소외로 이어지기 쉽다. 교실 안에서 자기 이름조차 올바르게 불리지 못하고, 가정의 언어와 학교의 언어가 충돌할 때, 아이는 소속감과 자존감을 동시에 잃게 된다.

      더욱이 일부 국가는 소수민족 언어 사용을 금기시하거나 공식 교육에서 배제함으로써, 제도적으로 동화를 강요한다. 이는 교육을 통해 ‘국민 정체성’을 주입하려는 목적이 강하게 작용한 결과이며, 결국 아이들에게 자신의 문화와 언어는 열등하거나 사라져야 할 것이라는 왜곡된 메시지를 전달하게 된다. 이러한 구조는 단순한 학습의 어려움이 아니라, 정체성과 존재 자체에 대한 부정을 내면화하게 만드는 심각한 문제다.

       

      소수민족의 교육권과 언어권

       

      2. 언어권의 부정은 정체성의 부정

      언어는 단지 의사소통 수단을 넘어 정체성, 역사, 지식, 세계관이 담긴 문화 코드다. 소수민족에게 있어 모어는 단지 ‘가정에서 쓰는 언어’가 아니라, 공동체의 전통과 기억을 지탱하는 중심축이다. 그러나 많은 나라의 공교육 체제는 ‘공용어 중심’ 원칙을 앞세워, 소수민족 언어를 비공식적이고 비정상적인 것으로 취급한다. 이는 결국 소수민족 아동에게 자신의 언어, 나아가 자신 자체가 교육 체제 내에서 환영받지 못하는 존재임을 암시한다.

      세계은행과 유네스코 등의 조사에 따르면, 다수의 소수민족 아동은 자신의 언어를 쓰지 못하는 학교 환경에서 낮은 학업 성취도, 높은 중도 탈락률을 보이고 있다. 이는 단지 언어 능력의 문제가 아니라, 심리적 위축과 학습동기 저하, 문화적 배제감이 결합된 결과다. 특히 교과서나 교육 자료, 시험 문항, 학교 행사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반영한 요소가 거의 없을 경우, 아이는 학교를 자신의 세계와는 단절된 타인의 공간으로 인식하게 된다.

      이러한 교육 환경은 단기적으로는 학업 성적의 격차를, 장기적으로는 소수민족의 사회 진입 장벽을 높이고, 문화의 지속성을 약화시키는 결과를 낳는다. 나아가 사회 구성원 다수가 공용어 이외의 언어를 ‘무용’하거나 ‘하급 문화’로 인식할 경우, 이는 결국 문화 우월주의를 내면화하게 만드는 사회 구조로 고착된다. 따라서 언어권의 박탈은 단지 언어 하나의 문제가 아니라, 민족적 정체성과 문화적 다양성의 위기를 의미한다.

       

      3. 학교 안의 숨겨진 차별 구조

      겉으로는 평등해 보이는 학교 안에도 차별은 여러 형태로 내재되어 있다. 교사의 낮은 문화 감수성, 교과서의 편향된 서술, 학교의 축제·행사 등에서 나타나는 문화적 배제는 소수민족 학생에게 정서적 소외감을 누적시키고 자존감을 훼손한다. 예를 들어, 다문화가정 학생의 전통의상은 ‘이색적’이지만, 주류의 전통은 ‘정통’으로 여겨지는 이중 잣대는 문화 표현의 위계를 강화한다.

      또한 일부 국가에서는 소수민족 학생들이 특정 학급이나 학교로 몰리는 ‘교육적 분리(segregation)’가 암묵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이는 사회경제적 배경, 거주지, 언어 능력 등을 이유로 한 교육 시스템의 비공식적 차별이며, 결과적으로 양질의 교육 자원에서 소외된 이들은 사회 계층 재생산 구조의 하층부로 고착된다. 특히 교내 따돌림이나 혐오 표현, 선입견을 방치하는 교사와 학교의 무관심은 소수민족 학생의 학습권을 침해할 뿐 아니라, 인간 존엄성까지도 위협한다.

      이러한 구조는 단지 교육 영역의 문제가 아니다. 교육이란 사회화의 핵심 공간이며, 이 안에서의 경험은 개인의 세계관, 자아 정체성, 공동체에 대한 신뢰를 결정짓는다. 만약 학교가 특정 문화를 침묵시키고, 특정 언어만을 유일한 표준으로 여긴다면, 이는 결국 다양성의 존중이 아닌, 동일성의 강요가 된다. 진정한 평등 교육은 동일한 것을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다름을 존중하고 다양한 정체성이 공존할 수 있도록 구조를 설계하는 것이어야 한다.

       

      4. 포용적 교육을 위한 제도적 전환

      소수민족의 교육권과 언어권을 보장하기 위한 가장 중요한 접근은 제도적 개입과 문화 감수성의 확산이다. 먼저 법적 차원에서는 공교육에서 **이중언어 혹은 모어 기반 교육(bilingual/mother-tongue education)**이 가능하도록 해야 하며, 교과서나 교육 자료 개발 시 다양한 민족 문화와 언어적 배경이 반영되어야 한다. 유네스코는 이미 ‘모어로 배우는 것이 학습의 효과를 높인다’는 점을 강조하며, 각국 정부에 소수민족 언어권 보장을 권고하고 있다.

      교사 양성과정에서도 다문화 감수성과 언어 다양성에 대한 이해를 필수적으로 포함해야 한다. 현장 교사들이 단지 소수민족을 ‘특수 교육의 대상’이 아닌, 학교 내 하나의 당당한 구성원으로 인식하고, 다양한 언어·문화 배경을 가진 학생들과 의미 있는 교육 관계를 형성할 수 있도록 지원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또한 학부모와 지역 커뮤니티가 참여할 수 있는 개방형 교육 환경은 소수민족 학생의 문화적 자긍심 회복과 학습 참여도를 높이는 데 큰 도움이 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정치적 의지와 사회적 공감대 형성이다. 언어권과 교육권은 소수민족에게 있어 생존권의 일부이며, 이 권리가 존중받을 때 비로소 진정한 사회 통합이 가능하다. 교육은 사회의 미래를 결정하는 영역인 만큼, 다문화 교육은 선택이 아니라 사회적 지속가능성을 위한 필수적 과제다. 더 이상 학교가 동일함을 강요하는 공간이 아닌, 차이를 존중하고 다양성을 키워나가는 공간이 되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