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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1. 주류 언론의 왜곡과 소수민족 이미지 형성
언론은 대중의 인식 형성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지만, 소수민족을 다루는 방식은 종종 편향과 왜곡으로 가득하다. 특히 주류 언론은 소수민족을 ‘빈곤, 갈등, 범죄’와 연결된 부정적인 이미지로 묘사하는 경우가 많으며, 이는 사회 전반의 고정관념과 차별을 강화한다. 예를 들어, 일부 서구 언론은 중동이나 아프리카 소수민족을 다룰 때, 그들의 문화적 다양성과 역사적 배경을 설명하기보다는 분쟁과 폭력 장면을 반복적으로 내보낸다.
이러한 보도 방식은 복잡한 사회·정치적 맥락을 단순화하며, 소수민족을 **‘타자화’**하는 효과를 낳는다. ‘타자화(othering)’란 특정 집단을 우리 사회의 일부가 아니라 이질적인 존재로 만드는 담론적 행위인데, 이는 소수민족에 대한 불신과 두려움을 심화시킨다. 또한 언론은 소수민족의 목소리를 직접 담는 대신, 정부 관료나 전문가의 해석을 통해 간접적으로 전달하는 경향이 강하다. 이로 인해 소수민족 당사자의 주체적인 시각과 경험이 배제된다.
이 문제는 단순히 이미지 손상에 그치지 않고, 정책 결정과 사회적 지원에도 영향을 준다. 언론이 소수민족을 ‘문제 집단’으로 묘사하면, 대중은 그들을 지원하는 복지 정책이나 문화 예산을 부정적으로 바라볼 가능성이 높아진다. 결국, 언론의 왜곡은 소수민족의 정치적·사회적 권리를 약화시키는 결과로 이어진다.2. 상업적 논리와 선정주의의 함정
언론이 소수민족을 왜곡하는 이유 중 하나는 상업적 논리다. 많은 뉴스 매체는 조회 수와 시청률을 최우선으로 하기 때문에, 자극적인 장면과 단순한 대립 구도를 선호한다. 폭력, 시위, 범죄와 같은 이슈는 ‘팔리는 뉴스’가 되기 쉽고, 이는 곧 소수민족을 부정적으로 소비하는 방식으로 이어진다.
예를 들어, 일부 TV 뉴스는 소수민족 지역에서 발생한 시위를 보도할 때, 그 원인과 역사적 맥락을 충분히 설명하지 않고, 돌을 던지거나 경찰과 충돌하는 장면만 반복 송출한다. 이런 편집 방식은 시청자에게 소수민족이 본질적으로 ‘폭력적’이라는 잘못된 인상을 심어준다.
또한 국제 뉴스 보도에서는 현지 기자나 소수민족 출신 기자의 시각이 배제되는 경우가 많다. 외신 기자가 짧은 기간 동안 현장을 방문해 표면적인 사건만 취재하다 보니, 그 지역의 복잡한 사회 구조나 역사적 배경은 충분히 전달되지 않는다. 이 과정에서 소수민족은 자신들의 이야기를 타인의 목소리로 듣게 되고, 이는 자기표현의 권리를 침해하는 문제로 이어진다.
선정주의 보도의 또 다른 문제는 편집된 침묵이다. 긍정적이고 희망적인 소수민족 이야기는 뉴스 가치가 없다고 판단되어 다루어지지 않는다. 예컨대 전통문화를 되살리는 청년들의 활동이나, 지역사회에서의 교육 혁신은 주류 언론에서 거의 보도되지 않는다. 이는 대중이 소수민족을 부정적인 사건과만 연결 짓게 만드는 왜곡된 정보 환경을 만든다.3. 자율적 미디어의 부상과 의미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소수민족 내부에서 **자율적 미디어(Community Media)**가 부상하고 있다. 자율적 미디어란 소수민족 구성원 스스로가 기획·제작·배포하는 언론 형태로, 라디오 방송, 온라인 뉴스 포털, SNS 채널, 팟캐스트, 유튜브 채널 등 다양한 플랫폼에서 운영된다.
예를 들어, 캐나다의 일부 원주민 공동체는 ‘인디언 타임즈(Indian Times)’와 같은 지역신문을 발행해, 자신들의 시각에서 정치, 교육, 환경 문제를 보도한다. 라틴아메리카의 몇몇 원주민 공동체는 공동체 라디오를 통해 토착어 뉴스와 문화 프로그램을 송출하며, 언어 보존과 지역 연대를 동시에 이루고 있다.
디지털 시대에는 SNS가 자율적 미디어의 중요한 도구가 되었다. 미얀마 로힝야족 청년들은 트위터와 페이스북을 활용해 난민 생활, 인권 침해 사례, 전통문화 등을 전 세계에 직접 알린다. 이러한 활동은 주류 언론의 편향을 우회해, 국제사회와 직접 연결되는 정보 네트워크를 구축한다.
자율적 미디어는 단순히 ‘정보 전달’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그것은 공동체 내부의 자존감 회복, 그리고 외부 세계에 대한 정체성 재정의의 수단이다. 스스로 이야기를 만들고 전하는 과정에서 소수민족은 더 이상 수동적인 보도 대상이 아니라, 능동적인 미디어 생산자가 된다.4. 언론 환경 개선과 제도적 지원 방안
소수민족의 언론 재현을 개선하려면 두 가지 방향에서 접근해야 한다. 첫째, 주류 언론의 다양성 확대다. 뉴스룸 내 소수민족 기자, 편집자, PD의 비율을 늘려야 하며, 이들이 실제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하도록 해야 한다. 이는 단순한 인력 다양성을 넘어, 보도의 관점과 의제를 변화시키는 핵심 조건이다.
둘째, 자율적 미디어에 대한 제도적·재정적 지원이 필요하다. 많은 소수민족 미디어는 열악한 재정 상태와 장비 부족으로 인해 지속성이 떨어진다. 정부와 국제기구, 비영리단체가 공동으로 장비, 교육, 법률 자문을 제공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하면, 자율적 미디어의 영향력이 커질 수 있다.
셋째, 언론 소비자 교육도 중요하다. 대중이 뉴스의 편향을 비판적으로 인식하고, 다양한 출처에서 정보를 얻는 습관을 갖도록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 특히 학교 교육에서 소수민족과 언론 재현 문제를 다루면, 차세대가 보다 균형 잡힌 시각을 가질 수 있다.
마지막으로, 국제사회는 언론 자유와 다양성을 인권 문제로 인식하고, 소수민족 미디어를 탄압하는 국가에 대해 외교적 압박과 제재를 가해야 한다. 미디어 환경이 개선될 때, 소수민족의 목소리는 더 이상 왜곡되지 않고, 다양성과 공존의 가치를 확산시키는 힘으로 작동할 수 있다.'세계의 소수민족'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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