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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 장기 근속자의 조직 내 존재 가치와 특성
장기 근속자(long-tenured employees)는 오랜 기간 동안 동일한 조직에서 경험과 역량을 축적한 구성원으로, 조직 내에서 중요한 자산으로 인식된다. 이들은 단지 업무 숙련도뿐 아니라 **조직의 역사, 비공식 규범, 암묵지(暗黙知)**에 대한 풍부한 이해를 지니고 있으며, 복잡한 상황에서도 정확한 맥락을 해석하고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제공하는 핵심 인력이다. 이러한 특성은 신규 입사자나 외부 인력이 따라가기 어려운, 조직 내 고유의 ‘집단 지성’ 역할을 하게 만든다.
또한 장기 근속자는 일반적으로 높은 조직 충성도와 책임감을 바탕으로, 조직문화의 안정성을 유지하고 후속 세대를 이끄는 멘토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이들은 비공식적 리더십을 통해 조직 내 신뢰 기반을 형성하며, 내부 커뮤니케이션의 중재자, 갈등 조정자, 경험 전수자로 기능한다. 특히 조직이 위기 상황에 놓였을 때, 이러한 장기 인력의 존재는 구성원들에게 심리적 안정감을 제공하고 조직 일체감을 회복시키는 기반이 된다.
하지만 이들의 긍정적 역할은 조직이 변화와 혁신을 추구할 때 상반된 양면성으로 작용할 수 있다. 오랜 관행에 익숙하고, 기존 시스템에 깊이 적응한 이들은 변화에 대한 저항이나 회피적 태도를 보일 가능성이 높으며, 새로운 시도에 대해 ‘위험하다’, ‘해봤자 변하지 않는다’는 냉소적 시각을 내비치기도 한다. 이처럼 장기 근속자는 조직의 안정성과 경험 축적에 기여하는 동시에, 변화에 대한 둔감성과 보수성을 조직 내에 확산시킬 위험성도 내포하고 있다.
◆ 조직혁신 관점에서 나타나는 장기 근속자의 이중적 영향력
장기 근속자의 긍정적 영향은 제도적 연속성, 조직문화의 지속성, 비공식 지식 전승의 측면에서 강력하다. 혁신이 조직 내에서 완전히 새로운 질서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기존 자산을 기반으로 새로운 방식으로 재구성하는 것이라면, 장기 근속자의 경험은 혁신의 ‘기초 토대’로 활용될 수 있다. 이들은 변화의 연혁, 시도했던 방식, 실패 원인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현실 가능한 전략 수립과 실행의 타당성을 높이는 데 중요한 조언자 역할을 할 수 있다.
반면 이들이 혁신의 흐름을 방해하는 방식은 주로 관성 유지, 위험 회피, 학습 저항 등의 형태로 나타난다. 장기 근속자는 자신이 축적해온 방식과 사고 틀에 대한 확신이 강하기 때문에, 새로운 기술, 협업 방식, 비즈니스 모델에 대해 비판적이거나 방어적인 태도를 취할 수 있다. 특히 ‘그건 우리 조직에 안 맞는다’, ‘예전에도 해봤는데 안 됐다’는 식의 표현은 조직 내 변화 회피 정서를 퍼뜨리는 트리거가 되기도 한다.
이러한 영향력은 공식적 조직구조보다 비공식 권력 구조에서 더욱 강하게 작용한다. 장기 근속자는 관리자 혹은 실무 리더로서 주변 구성원에게 행동 기준을 제시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그들의 혁신 수용 여부는 동료와 후속 세대에게 큰 신호로 작용한다. 즉, 장기 근속자가 변화에 동의하지 않으면 주변도 수용을 주저하게 되고, 반대로 이들이 적극적으로 변화에 참여할 경우, 새로운 시도는 정당성을 확보하게 된다. 이러한 조직 내 영향력의 파급력은 관리자의 공식 권한보다 때로 더 크다.
또한 장기 근속자는 기존 이해관계와 복잡하게 얽혀 있기 때문에, 변화에 대한 반응이 복합적이다. 예를 들어, 새로운 기술 도입이 자신의 기존 역할을 약화시킬 경우에는 무의식적으로 반대 입장을 취할 수 있고, 자신의 위치를 위협하는 젊은 인재의 부상에 대해 세대 간 견제 심리가 작동하기도 한다. 이처럼 장기 근속자는 조직 내 권력, 안정, 인정에 대한 욕구가 강한 만큼, 혁신이 이를 위협한다고 판단되면 수동적 저항 세력으로 전환될 가능성도 있다.
◆ 장기 근속자와 혁신의 공존을 위한 전략적 설계
조직이 혁신을 추진하면서도 장기 근속자의 경험과 지혜를 배제하지 않기 위해서는, 이들을 혁신의 주체로 포섭하는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 첫째, 장기 근속자를 변화 설계 과정에 초반부터 참여시켜야 한다. 그들의 의견을 단순히 참고하는 수준이 아니라, 변화 설계의 자문 역할로 공식화하여 심리적 소외감과 구조적 저항 가능성을 최소화해야 한다. 이는 그들이 조직의 역사와 관행을 존중받고 있다는 인식을 통해, 변화에 대한 자긍심을 갖도록 돕는 효과를 낸다.
둘째, 장기 근속자의 역할을 재정의할 필요가 있다. 기존의 지식 전달자 또는 조직 수호자에서, 변화 촉진자(change catalyst)로의 역할 전환을 유도해야 한다. 이를 위해 혁신 교육, 리더십 트레이닝, 세대 간 멘토링 프로그램 등을 운영하여, 장기 근속자가 후속 세대와 지식을 공유하고 새로운 관점을 받아들이는 장을 마련해야 한다. **“기존을 지키면서 새로움을 연결하는 연결자”**라는 정체성을 부여하면, 이들은 변화의 위험이 아니라 동반자임을 인식하게 된다.
셋째, 리더는 장기 근속자에게 개별적 피드백과 인정의 언어를 사용해야 한다. 혁신 과정에서 가장 흔히 발생하는 실수는, 장기 인력을 ‘변화에 뒤처진 사람’으로 간주하거나 비판하는 것이다. 이는 그들의 자긍심을 손상시키고, 방어적 태도나 내부적 소외를 불러일으킨다. 따라서 리더는 이들이 조직의 핵심 자산이며, 변화를 이어갈 동력이라는 메시지를 명확하게 전달하고, 변화를 수용하는 과정 자체를 인정하는 피드백을 제공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장기 근속자의 기여가 단지 과거 성과에 국한되지 않도록, 새로운 기회와 역할을 제공하는 보상 설계도 병행되어야 한다. 예컨대, 변화 프로젝트의 코디네이터, 내부 문화변화 추진 위원, 신입사원 육성 멘토 등의 역할을 통해, 그들의 경험이 현재적 가치로 환원되도록 만들어야 한다. 이는 단순한 인정이 아니라, 존재의 실질적 재배치이며, 장기 근속자가 미래에도 영향력 있는 조직 구성원으로 남을 수 있도록 돕는 핵심 전략이다.
◆ 지속 가능한 혁신을 위한 이중성의 포용 전략
장기 근속자는 조직혁신의 ‘방해자’도, ‘구원자’도 아니다. 그들은 조직이 쌓아온 자산의 총합이자, 변화의 무게를 실감하는 실존적 구성원이다. 따라서 그들의 존재를 양면적 시선이 아닌 복합적 이해와 전략적 포용으로 접근해야 한다. 지속 가능한 혁신은 낡은 것을 버리는 데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익숙함 속의 가능성을 재발견하고, 관성을 넘어 새로운 질서를 창조하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조직은 혁신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젊은 인재의 유연함을 필요로 하지만, 그 유연함이 실제로 기능하기 위해서는 장기 인력의 축적된 신뢰와 맥락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이 둘 사이의 조화를 이끌어내는 것이 리더십의 역할이며, 이 과정에서 장기 근속자를 변화의 파트너로 인정하고 그들과의 소통을 강화하는 것이 핵심 과제다.
장기 근속자가 조직 내에서 과거의 수호자에 머무르지 않고, 미래의 설계자 역할로 전환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은, 단지 개인의 문제를 넘어 조직의 혁신 역량을 제도화하는 길이기도 하다. 장기 인력은 조직이 만들어낸 결과이자, 그 조직이 어떤 문화를 갖고 있었는지를 반영하는 거울이다. 이 거울을 부정하는 대신, 새로운 빛을 비출 수 있도록 닦아주는 것이 진정한 혁신의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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